[중앙일보 지면보도] 베니스에서 봉산탈춤, 배움·나눔 여행 기획

날짜: 2017.04.17

 

8일 서울 양천구 신정동 해누리타운에 있는 ‘문화놀이터’ 사무실, 밖을 향해 걸어놓은 현수막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커다란 천 위에 ‘The world is our playground!(세계는 우리의 놀이터다!)’라 적혀 있다. 김명진(32) 대표의 책상 위엔 인기 만화 ‘원피스’의 피규어가 그득하다. “‘원피스’의 주인공 루피의 삶을 동경해요. 세상을 떠돌며 모험을 하고, 친구를 사귀고, 이들과 힘을 모아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만들죠.”
 

[연중기획] 매력시민 세상을 바꾸는 컬처디자이너

2012년 3월 문을 연 문화놀이터의 정체성은 애매하다. 축제기획을 하면서 여행 루트를 짜고, 국제 교류 행사나 봉사활동을 계획하기도 한다. 김 대표는 “배움(Learn), 즐거움(Enjoy), 나눔(Share)을 키워드로 하는 다양한 여행 프로그램을 만드는 회사”라고 설명했다. 20~30대 젊은이들 위주로 ‘청춘문화놀이단’을 꾸려 함께 여행을 기획한다. 유럽 여행 중 이탈리아 피렌체에 들러 한국 음식과 문화를 알리는 페스티벌을 열기도 하고, 봉산탈춤을 배워 베네치아(베니스)의 가면 축제에 참가하기도 했다. 올 2월에는 세계 3대 카니발의 하나인 프랑스 니스 카니발에 공식 초청돼 부채춤과 농악 등 한국 문화를 알리는 퍼레이드를 했다.

“여행 멤버들이 팀을 나눠서 전시장을 섭외하고, 강사를 초청해 탈춤이나 전통무용 등을 배웁니다. 그냥 둘러보고 돌아오는 여행이 아니라 삶의 중요한 자산이 될 수 있는 여행을 직접 만들어가는 거죠.”

이런 프로그램을 떠올린 것은 대학(서울시립대 환경원예학과) 때 떠난 일본 여행에서였다. “도쿄의 요요기 공원을 갔는데 ‘태국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었어요. 낯선 도시 한복판에서 또 다른 문화를 만나는 경험이 신선하게 다가왔죠. 직접 이런 축제를 기획해보고 싶었습니다.”

졸업 후 회사를 만들고 인터넷 블로그를 통해 ‘여행+축제기획’을 함께할 멤버를 모집했다. 처음에는 5~6명의 소규모였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참가자가 늘어나 4년 반 동안 1067명의 친구들과 17개국 40개 도시에서 각종 행사를 열었다. 네팔에서는 어린이도서관 설립을 위한 기부파티를 개최했고, 인도네시아에서는 시골마을 학교를 찾아가 교사들과 현지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토론회도 가졌다.

청춘놀이단 진행에 드는 비용은 참가자들이 낸 경비 로 충당한다. 항공료, 숙박비 등을 내고 행사 기획, 진행까지 해야 하는 여행을 누가 가겠나 싶지만 다녀온 사람들 중엔 다시 참가하겠다며 아르바이트에 나서는 이들도 많다. “무모하게 부딪치며 무언가를 내 손으로 해냈다는 쾌감이 큰 것 같아요. 니스 카니발에 갔을 땐 외국 참가자들이 한복을 보며 ‘정말 아름답다’고 감탄하고, ‘여기까지 와줘서 고맙다’고 눈물을 글썽이는 교민들도 계셨어요. 즐거우면서도 뿌듯한 기억이죠.”

김 대표의 명함에는 ‘be현실주의자’라는 닉네임이 새겨져 있다. 그는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내는 사람이 되겠다는 뜻”이라며 “앞으로 문화 교류 활동 외에도 ‘생태 여행’ ‘봉사 여행’ 등 ‘세상을 바꾸는 여행’을 목표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펼쳐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출처: 중앙일보] 베니스에서 봉산탈춤, 배움·나눔 여행 기획…공부 비법 동영상 3000개 무료 인터넷 공유